경제학 ‘거미집모형’ - 시차로 인한 가격 변동의 이해

 

거미집모형 - 시차가 만드는 가격 변동의 패턴

시장에서 상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상호 작용으로 결정되지만, 모든 의사결정이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산 혹은 공급에 시간이 걸리거나(시차), 소비자의 반응이 지연되면, 가격이 안정적으로 균형을 이루기보다는 오히려 불규칙적으로 오르내릴 수 있죠. 이런 가격의 동태적 변동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이 바로 거미집모형(Cobweb Model)입니다.

주로 농산물이나 원자재 시장에서, 생산자가 전년도 가격을 보고 생산량을 결정하지만, 실제 생산물은 시차를 두고 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가격이 등락을 반복하며 ‘거미줄’ 같은 패턴을 만든다고 하여 ‘거미집모형’ 또는 ‘거미줄 모형’이라 불립니다.

거미집모형(Cobweb Model)은 “수요·공급 결정에 시차가 있을 때, 가격이 균형에 안정적으로 수렴하지 않고 일정한 패턴을 그리며 변동할 수 있다”는 동태적 시장 이론입니다.

 

거미집모형의 기본 원리

거미집모형을 단순화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1. 현재 가격 관찰: 생산자(공급자)는 현재 시장 가격을 보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년에 생산·공급할 양을 결정합니다.
2. 시차 발생: 농산물이나 원자재의 생산에는 일정 기간(재배·생산·가공 등)이 소요되므로, 지금 당장 공급량이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3. 미래 공급 도달 & 새로운 가격 형성: 일정 시간이 지나 새로 결정된 공급량이 시장에 나오면, 그 시점의 수요와 만나 다시 다른 가격 수준이 형성됩니다.
4. 반복: 생산자는 새롭게 형성된 가격을 바탕으로 또다시 다음 생산 주기의 공급 계획을 세우게 되며, 이 과정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렇게 반복되는 수요·공급 상호 작용은 때로는 균형에 점차 가까워지며(수렴), 때로는 가격과 생산량이 극단적으로 흔들리며(발산), 또는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진동(주기 진동)하기도 합니다.

 

거미집모형의 유형

거미집모형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수요곡선·공급곡선의 기울기에 따라 가격 및 생산량이 다음과 같은 움직임을 보입니다.

• 수렴형 거미집(Cobweb Convergent): 시장 가격이 결국 균형점에 가까워져 진동 폭이 점차 줄어드는 경우.
• 발산형 거미집(Cobweb Divergent): 균형에서 점점 멀어지며 가격 및 생산량의 변동 폭이 커지는 경우.
• 순환형(주기 진동형) 거미집: 균형점 주위를 일정한 폭으로 진동하며 계속해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

TIP: 발산형 거미집 모형에서는 공급자의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탄력적)할 경우 가격이 균형점을 벗어나 극단적으로 치솟거나 폭락해 시장이 심각한 불안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거미집모형의 예시: 농산물 시장

농산물 시장이 거미집모형을 자주 예로 들게 된 이유는, 농작물 재배에는 시차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 올해 농산물 가격이 높으면, 농부들은 내년에 더 많은 농작물을 심으려 합니다.
• 그러나 재배에 시간이 걸려, 내년 수확 시점까지 시장 상황이 바뀔 수 있습니다.
• 결국 내년에 공급량이 증가하면 가격이 하락하고, 그 다음 해엔 농부들이 생산을 줄여 다시 가격이 폭등하는 식으로, 주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거미집모형의 시사점

1) 시장 안정 정책: 정부가 가격 안정 정책(공급 조절, 보조금 등)을 시행하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농산물 가격 폭등·폭락을 방지하기 위해 재고 관리, 최저가격 보장제를 도입하는 방식이죠.
2) 투자 전략: 상품 선물시장, 원자재 시장 등 시차가 존재하는 재화에서는 거미집모형 패턴을 이해하면 가격 예측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탄력성 개념: 수요곡선·공급곡선 탄력성이 시장 안정성과 크게 맞물린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거미집모형이 꼭 농산물에만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건설 프로젝트, 반도체·원자재 등 시차가 있는 산업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이해하면 장기 투자 혹은 정책 설계에 큰 도움이 되죠.

 

거미집모형과 부동산 시장

부동산 시장에서도 시차 문제(토지 매입→설계→시공→분양)는 길기 때문에, 수요 변화에 비해 공급이 뒤늦게 반응하기 쉽습니다. 다만 농산물처럼 ‘매년’ 주기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고, 건설·분양·완공까지 걸리는 수년 단위의 주기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기도 합니다. 이때도 거미집모형 개념을 일부 적용해 부동산 가격 변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참고 사이트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경제·무역 관련 법령, 정책 참고
- 주요 경제학 교과서 또는 학술 자료: 거미집모형(Cobweb Model)의 이론적 배경과 수학적 해석
-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산물 시장 동향, 가격 변동 패턴 분석 자료

결론적으로, 거미집모형은 시장 참여자들의 생산·공급 결정에 시차가 있어 가격이 단순 균형으로 수렴하지 않고 진동·발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핵심 경제 이론입니다. 농산물·원자재 시장은 물론, 시차가 긴 부동산 건설 분야에서도 이 원리를 일부 응용해 가격 변동 양상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죠. 시장의 복잡성을 단순화해 바라보되, 탄력성, 수급 시차, 정보 불균형 등의 변수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거미집모형이 전하는 중요한 교훈입니다.